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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齋 李公 旌閭記
靈光郡의 東쪽 畝長 堂山은 完山李氏 襄度公의 後孫들이 世居하는 곳이다. 代代로 忠孝가 傳하여 울연히 남녘 지방의 유명한 家門이 되었으니, 雙梅軒 諱 鶴은 乙巳士禍가 일어나자 은둔하여 벼슬하지 않았고, 四梅堂 諱 應鍾은 壬辰倭亂에 倡義하여 郡城을 지켰다.
數代를 내려와 餘德이 미친 데에 竹齋公이 계시니, 諱는 相虎요, 字는 文卿이다. 幼時로부터 남달리 어버이를 사랑하고, 命이 내리면 오직 順從할 뿐이었다. 成長함에 어버이를 기쁨으로 받들었고, 恭敬하기에 게으르지 않았다.
일찍이, 生母의 病患에는 애타고 근심하며 寢食을 폐하고, 病勢를 알기 위해 便을 맛보며 이슬 맞고 기도하여 精誠을 다하였다. 入後한 母親喪을 當해서는 哭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首絰․腰絰을 풀지 않고 粥을 먹고 素食하였으며, 슬퍼한 나머지 몸이 파리하게 야위어 喪을 마쳤다. 朝夕으로 墓所에서 哭하여, 눈물이 떨어진 자리의 풀이 마를 정도였다. 이로 因해 病 들어 숨이 곧 끊어질 듯 하였지만 朝夕의 祭祀엔 남의 부축을 받아가며 마치었다.
追遠에 더욱 삼가 先祖 忌日에는 비록 매서운 추위나 무더위에도 沐浴齋戒하고 別室에 敬虔히 居處하여 몸소 祭需를 갖추어 精潔에 힘썼고 엄숙히 祭祀를 받들어 바로 곁에서 모시는 양 至誠을 기울였다.
友愛가 돈독하여 兄弟가 連床하여 和樂함을 즐기었고, 한 姊氏가 젊은 나이에 寡婦되어 四十年을 함께 살았으되 한 번도 사잇말이 없었으며, 두 外從弟가 父母를 잃고 依託할 곳이 없자 敎育하고 婚姻시켜 家産을 이루게 하였다.
사람을 對하고 事物을 接함에 和氣가 넘쳤으며, 科擧科目에는 힘쓰지 않고 性理學을 깊이 硏究하여 造詣가 높고 實踐에 篤實하였다. 禮經에는 深奧한 境地를 이루어 常禮․變禮․經禮․曲禮에 通達하지 않은 바가 없었다.
居處하는 곳의 숲과 골짜기가 아름다워 庭園 뒤에 집을 지어 竹齋라 扁額하고 道服과 幅巾으로 終日 꿇어앉아 上帝를 對하였으며, 혹 좋은 때에는 손수 거문고를 퉁겨 演奏하며 표연히 世俗을 벗어나는 意趣가 있었다. 遜齋 朴光一이 詩로 이르기를,
澗谷高人在 산골짜기 속에 高潔한 이 있어
幽閑臥草廬 고요히 草幕에 살고 계시네.
明牕疎竹下 밝은 窓 성긴 대나무 아래
無語對琴書 말 없이 거문고와 冊을 對하시네.
라 하였으니, 두 분의 知己之交를 알 수 있는 바이다.
공의 平生事가 모두 孝라는 글자에서 나왔거니와, 孝는 백 가지 行實의 根源이 되는 것이라, 큰 根本이 이미 섰으니 餘他 훌륭하고 착한 言行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肅宗 庚寅年(1710) 봄 巡撫使 權公 尙游가 公의 行蹟을 갖추어 임금께 아뢰니 旌門이 세워지고 租稅와 요역을 免하는 復戶가 내렸다. 公이 힘써 辭讓하고 스스로 旌表를 撤去하였으니 그 겸양을 우러를 만하다.
戊戌年(1718) 설날 일찍 세수하고 빗질하여 사당에 參拜한 후 生父를 모시어 종일 孝誠을 다하더니 그 뒤로 病이 심해져 그믐날 世上을 뜨니, 태어난 顯宗 壬寅年(1662)부터 헤아리면 壽는 五十七歲였다. 訃音을 알리는 수레가 이르는 곳마다 遠近 士友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君子가 가셨다.������고 하였다. 이에서도 公의 德義의 萬分의 一이나마 알 수 있는 바이다.
내가 靈光에 赴任하여 먼저 忠孝世家를 물으니 모두 公의 家門을 천거하였다. 이에 그 孫子 馥遠을 訪問한즉 한 번 보아도 훌륭한 선비인지라 그 遺敎를 알 수 있었다. 芝草와 醴泉이 根源이 있다는 말은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아아. 하늘에 뿌리한 公의 孝와 世上에 알려진 學問으로 만약 出世하여 그 道를 행할 수 있었다면 마땅히 當世의 模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紛華를 싫어하여 숨어살아 몸을 깨끗이 하였고, 壽命 또한 길지 못하여 큰 베풂이 멀리 이르지 못하고 다만 까마귀의 머리와 붉은 다리 형용의 旌表가 우뚝 섰을 뿐이다. 하지만 이 亦是 公의 面貌를 不朽케 할 하는 一端인 것이다.
마음속에 깊이 느낀 바 있어 외람됨을 헤아리지 않고, 敢히 거친 글을 처마에 걸어, 이 세상의 子息된 이들로 하여금 孝에 힘쓰게 하려 한다.
(2004. 11. 20)
通政大夫 行 靈光郡守 兪最基 撰
十代孫 東奕 謹譯
檀紀 四三三七年 甲申 十月 日 세움 |
